시골서 농사짓다 환경 소중함 깨달아 비슷한 사람 만나 2013년부터 활동 빗물 설거지·농약 없이 텃밭농사 이런 불편함 통해 공존의 삶 배워 천연비누 등 친환경제품 개발 앞장 구성원 7명 경력살린 체험도 운영 저마다 존재 이유 있는 동물·식물 먹을 권리 당연하다는 인식 곤란 우리는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부르지만,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다. 하지만 몇몇 이기적인 이들의 욕심 탓에 자연이 신음하고 있다. 그 피해는 홍수·산사태·지구온난화 등으로 인간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이에 따라 현대사회에서는 바람직한 삶의 태도로 ‘공존’이 주목받고 있다. 인간만이 아닌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행복해질 방법을 찾아야 할 때인 것. 하지만 이미 물질문명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터라, 어느 정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공존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그런데 충북 충주에 가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사회적 기업 ‘스페이스 선’의 구성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서울에서 차로 한시간 반 정도 달리면 스페이스 선이 있는 충주시 소태면 덕은리에 닿을 수 있다. 스페이스 선은 공간을 뜻하는 영어 ‘space’와 한자 ‘신선 선(仙)’이 합쳐진 이름이다. 사람(人)과 자연(山)이 하나 되는 공간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2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3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구성원은 모두 귀농인으로, 대표는 엄수정씨(40)가 맡고 있다. 엄 대표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이 귀촌하면서 자연스레 농촌에 살게 됐다. “사실 처음부터 자연과의 공존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시골에 살다보니 농사를 지었고, 농사를 짓다보니 흙·풀·동물 같은 게 눈에 들어왔죠. 그러면서 환경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이후 명상동호회에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스페이스 선을 만들게 됐죠.” 스페이스 선이 하는 일은 농업, 친환경제품 생산, 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빗물을 받아다 쓸 수 있게 해주는 모듈형 빗물저장탱크, 천연원료로 만든 비누·방향제·모기퇴치제 등의 친환경제품에는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스페이스 선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한 체험프로그램은 공존하는 삶의 소중함을 참가자 스스로 깨닫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1만9800㎡(6000평) 규모의 스페이스 선 농장에서는 물이 필요 없는 생태형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빗물로 설거지한다. 텃밭을 가꿀 때 역시 비료·농약 등을 전혀 쓰지 않는데, 엄 대표는 이 같은 불편함이 자연을 위한 일종의 ‘기부’라고 설명했다. “누군가 강요한다면 이미 기부가 아니죠. 여기서는 체험을 통해 스스로가 불편함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고 있죠.” 스페이스 선의 체험거리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경력을 가진 스페이스 선 구성원들이 자신의 장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 미국 뉴욕에서 연극을 전공한 엄 대표에게서는 명상과 예술치유를, 물리치료 전문가인 김덕겸 이사(46)에게는 통증관리법 등을 배울 수 있다. 대안학교 교사 출신 이왕근 팀장(49)은 아이들의 심리치료를 맡고 있다. 이와 함께 동물과 교감을 나눠보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농장부지 한가운데에는 말·소·양·닭 등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해원(解怨)동물농장이 자리 잡고 있다. 해원은 ‘원(怨)을 풀어준다(解)’는 의미로 인간에게 희생된 동물에게 미안함을 표하기 위해 조성됐다. 이곳 동물들은 다른 가축들과 달리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주저하지 않고 다가선다. 홍보업무를 맡고 있는 박지애 팀장(26)은 “동물은 물론 식물도 다 저마다의 존재 이유가 있는 법”이라며 “우리가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이를 당연한 권리로 착각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의 발달로 예전에 여러명이 하던 일을 지금은 혼자서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더불어 사는 삶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발달된 기술은 자연과 타인에게 더욱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 선은 5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7명이 됐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공존의 필요성이 커질수록 이들과 뜻을 함께하는 사람은 더욱 늘어나지 않을까. 충주=김재욱, 사진=김병진 기자 kjw89082@nongmin.com